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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2

아름다움을 전하는 것들

  2014-12-12 18:23     김준호     2119 Views   
지난 며칠 내린 빗줄기에 대지의 생명들이 깨어났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 이후 온 세상의 색깔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 이파리들이 물기를 머금고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흙먼지 속에서 뿌옇던 여름의 색들이 본래의 발랄함을 찾아가고 있다. 비가 온 뒤의 풍경은 바로 그 전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마치 갑자기 전원이 들어온 무도회장처럼, 만물이 구름 사이의 가는 햇살을 맞으며 환한 빛깔들로 반짝인다. 모든 것들에서 생생한 숨결이 느껴진다.

얼마 전 '힉스 입자'라는 물질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다. 물리학과 관련된 기사가 신문 1면에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 터라 호기심을 갖고 봤다. 현대 물리학의 퍼즐을 완성하는 엄청난 발견이란다. 이 물질은 영국의 물리학자 피터 힉스가 1964년 예견한 것이었다. 수백억 년 전 우주가 생성되던 빅뱅(Big bang)의 순간 만물에 질량을 주고 사라진 입자를 예측했다. 그는 지금 팔순을 넘은 나이이고,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이 입자를 발견하게 되리라고 기대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아직도 우주 여행의 꿈을 가지고 있는 나이지만 현대 물리학은 개념과 용어부터 생소하고 어려웠다. 하지만 기사를 읽을 수록 '힉스'라는 입자가 가진 신기한 매력에 빠져 들었다.

질량이 없는 입자에 질량을 주고 사라지는 입자. 만물이 생겨나는 빅뱅의 초기 그 찰나의 순간에 잠시 존재했다가 사라진 입자.

만일 '힉스 입자'가 없었다면 질량이 없던 입자들은 여전히 질량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고, 질량을 갖지 못한 입자들은 빛의 속도로 떠돌 뿐 원자를 만들지도, 우주를 만들지도, 그리하여 만물을 만들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메타포(metaphor)인가? 질량이 있다는 것은 만질 수 있는 것,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된다는 것이다. 질량은 곧 에너지를 뜻할 수도 있다. 질량을 준다는 것은 에너지를 전해 주는 것이다. 다른 입자에 에너지를 주고, 그래서 무언가로 규정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 주는 입자가 바로 '힉스 입자'다.

빛처럼 떠돌아 다니는 속성만을 가진 삶에 의미를 주어 만질 수도 있고, 이해할 수도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일까?

주변에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다. 특히 빗물을 머금은 대지에 햇살이 비치니 아름다움이 눈부시기까지 하다. 이 모든 존재들에 태초에 아름다움이라는 속성을 주고 사라진 무언가가 있을까?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가 사실은 엉뚱한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겐 잘 빠진 몸매의 모델이 아름답고, 눈 덮인 산이 아름답고, 눈부신 태양이 아름답고, 인상파 화가의 그림이 아름답고, 어머님의 미소가 아름다울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아름다움이 사실 태초의 무언가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

때론 바람이, 햇살이, 그늘이, 빗줄기가 행복을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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