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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2

아름다움을 그저 아름답게 보고싶은 마음

  2014-12-12 18:23     김준호     1942 Views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맑은 하늘의 빛이 어쩜 저리도 가을을 닮았는지! 겁 없는 아이가 뜨거운 그릇에 손을 데이듯, 무방비로 거리에 나섰다가 이글거리는 뜨거움에 온 몸을 데였다. 본능적으로 알만한 나이도 되었건만, 아직도 보이는 것에 거의 모든 판단을 맡겨 버리는 어설픔은 어쩔 수가 없는 천성인 것 같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사고 싶어졌다. 아무런 기술 없이 있는 그대로 순간들을 찍고, 각인된 시간을 눈으로 보기까지 기다리게 되는 짧은 순간의 설렘을 느끼고 싶다. 복제할 수도 없고, 조정할 수도 없이, 이 순간이 단 하나의 무언가로 남는다는 것이 참 근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 같은 사진을 다시 찍을 수도 없고, 찍은 사진을 수정할 수도 없고, 그래서 한 순간이 영원히 멈춰버리는 마법 같은 일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과 함께 서서히 바래져 가는 것을 보고 싶다. 참 근사할 것 같다.


모든 것이 항상 새 것이다. 바래 가는 흑백사진 같은 것은 이제 없다. 지금은 모든 것을 쉽게 똑같이 복제할 수 있다. 듣고 있는 음악, 멋진 사진들, 화려한 문장들. 그리고 모든 것을 보기 좋게 조정할 수도 있다. 간단한 컴퓨터 조작으로도 나의 모습을 근사하게 바꿀 수 있다. 아니 얼굴의 각도를 조금만 바꾸어서 찍어도 얼짱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얼마 전 다시 꺼내 읽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전에는 지나쳤던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래서 고전은 여러 번 읽어야 하나보다. "앞은 파악할 수 있는 거짓이고, 뒤는 이해할 수 없는 진리였지요." '사비나'의 입을 빌려 밀란 쿤테라는 말한다.

이 책에 나오는 4명의 주인공 중에 사비나는 자유로운 영혼을 '담당'한다. 관습에 매이지 않고 소신껏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나온다. 인간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일관되게 그려온다. 그런 그녀에게 상징과 같은 물건이 바로 아버지의 중절모이다. 상속의 다툼 속에서 그녀는 아버지의 중절모만을 가졌다. 그녀에게 중절모는 마치 세월을 모두 담고 있는 기억 장치같다. 때론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고, 때론 연인 토마스와의 정사를 기억하게도 했다.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모든 곳에서 상징처럼 그녀를 붙들고 있었다.

삶이 음악이라면 중절모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모티브였고, '같은 강물에서 두 번 목욕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헤파크리트의 강바닥이었다. 중절모 정도의 무게로도 잡아줄 수 있을 만큼 그녀의 삶은 가벼워 보였다.

나는 어떻게 보이길 바라는 걸까? 실제로는 어떻게 보일까? 그렇게 날 것으로 보이는 것이 두려운 걸까? 모든 고민들이 어쩜 이리도 가벼울까? 가벼움 속에서 애처롭게 붙들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하여 나는 무엇에 메여 있는가?

나는 아마도 앞으로도 죽 아름답게 보이는 것들을 그냥 아름다워할 것이다. 가벼움이 천성인 것을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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