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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2

외과의사

  2014-12-12 18:25     김준호     2180 Views   

잠이 덜 깬 얼굴에 차가운 물을 퍼붓듯이, 겨우 뜬 두 눈에 맑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출근길 아침이 제법 밝아졌다. 밝아진 아침에, 지난 밤 끝 모르게 이어졌던 상념들이 다시 시작된다.

만일 영원히 산다면, 무엇이 삶에서 중요해 질까?
미래는 어떤 의미가 될까? 사랑에는 애틋함이 있을까?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사람들은 진짜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까?
아침의 부지런함이 필요할까? 하루의 무게는 얼마나 달라질까?
밤새 했던 수많은 질문들이 햇살 아래 너저분하게 드러나며 부끄러워진다.

‘레이첼(Rachel Sussman)’ 이라는 여성이 2010년 7월에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들(The world’s oldest living things)>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얼마 전 TED 에서 보았다.
그녀는 많은 신기한 생명체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중에는 이천 년도 넘게 산 것으로 추정되는 것도 있었다.

아주 오래 살아온 그 생명체들은 모두 ‘죽은’ 듯이 조용히 그 자리에 있었다. 기껏 사십 년을 조금 넘게 산 생명체가 수천 년을 살아온 다른 생명체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어떤 개체는 마치 돌이나 심지어 흙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다. 여하튼 나보다는 분명 영원에 더 가까이 있는 존재들이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책에서 ‘셸리 케이건’ 은 ‘죽음’의 많은 부분에 대해 담담하고 적나라하게 적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는 얘기를 오백 쪽이 넘는 책에서 정연한 논리로 풀어내고 있다. 철학자의 난해한 논리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 주제의 무거움에 이끌려 최대의 인내심을 발휘했다. 가리고 싶지만 숨겨지지 않는 의미들을 저자는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진실을 마주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진실임을 느낀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데 진실을 아는 것은 항상 좋은 것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이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진실을 알면 더 불행해 진다고 해도 꼭 진실을 아는 것이 좋은 것인가? 최근에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져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아니다 ‘ 또는 ‘싫다’라고 대답했다. (이 책이 베스트 셀러 목록에서 빨리 밀려난 이유가 아닐까?)

나는 이십 년 이상 외과의사로 살아왔다. 외과의사로 이십 년 이상을 살았다는 것(수천 년을 산 생명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세월이긴 하다.)이 어떤 의미인가를 되돌아본다.
외과의사로 꽤 긴 세월을 살았다는 것은 기어이 닥쳐올 결과를 모른 척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게 기쁨이든 슬픔이든 말이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이렇게 끝내고 있다. “정말로 중요한 건 이것이다. 우리는 죽는다.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 두려움과 환상에서 벗어나 죽음과 직접 대면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다시 사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내가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말은 정말 멋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정말 소중하다. Bra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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