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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2

봄날 아침

  2014-12-12 18:27     김준호     2134 Views   

정말 눈부신 아침이다. 햇살도 눈부시고, 햇살에 반짝이는 작은 풀잎들도 눈부시고, 풀잎들에 맺혀있는 이슬방울들도 눈부시다. 투명한 이슬을 바라보는 내 눈망울도 덩달아 눈부시다.

봄이 참 좋다. 따뜻한 기운과 그 기운을 받아 생명이 다시 피어나는 생동감이 좋다. 봄 자체도 좋지만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이 즈음의 어수선함이 좋다. 분주하고 낯설고 들뜨고 설레는 이 느낌이 좋다. 그런 기운들이 감각들을 예민하게 만들어줘서 좋다. 살아나는 감각들이 참 좋다.

꽤 오래 전에 어느 신문사 국장님과 소설가 ‘김훈’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왜 얘기가 그리로 흘러 갔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칼의 노래>가 좋다고 하였고, 그는 <현의 노래>가 좋다고 하였다. 나는 담백한 문체가 좋다고 하였고, 그는 살아 있는듯한 운율이 좋다고 하였다. 읽어 본 적이 없는 글이니 반론할 도리가 없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책을 읽었다. 가야금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우륵의 얘기를 담은 소설이었다. <칼의 노래>는 단번에 읽었었지만 <현의 노래>는 그러지 못했다. 운율에 실려 있는 뜬구름 같은 말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춤을 글로 배웠다”는 어느 광고 카피처럼 자연의 소리, 각 지방의 소리, 음악을 표현한 현란한 수사들이 나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북은 가죽의 소리이고 피리는 바람의 소리이다. 징은 쇠의 소리고, 목탁은 나무의 소리이다. 소리의 근본은 물(物)을 넘어서지 못한다.“ ”소리는 본래 살아 있는 동안만의 소리이고, 들리는 동안만의 소리인 것이오.“ “우륵은 니문의 피리 소리를 들었다. 살아 있는 자의 몸 속의 바람이 빈 공간을 지나며 세상의 바람과 부벼지는 소리였다.“ “비어야 울리는 구나. 소리란 본래 빈 것이다. 비어있지만 없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있는 것이다.’

움직임이 소리를 만들고, 그 소리를 살아있는 다른 이들이 다시 듣는다.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외과의사는 직업의 특성상 감각이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다. 보여지고 만져지고 들려지는 모든 것들을 항상 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눈으로 귀로 손끝으로 느껴지는 봄의 수많은 번잡스러운 움직임들이 나를 들뜨게 한다.

“지난 청명의 날/ 그 맑은 햇빛과 더불어/ 온갖 고운 것 땅 위에 내려주시고/ 아득히 들리는 하늘의 고동소리.”

미당 서정주 시인의 아우 우하 서정태 시인이 나이 90세에 낸 시집 <그냥 덮어둘 일이지>에 나오는 ‘청명의 날에는’이라는 제목의 시다.

봄이 되면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움직임은 더 분주해지고, 빛깔들은 더 고와진다. 따뜻한 햇빛아래 나 조차 더 고와지고 있는 듯한 이 느낌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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