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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2

美에 매달리다 흐트러지는 삶

  2014-12-12 16:09     김준호     1477 Views   

학창시절 수학시간에 도형에 대해 배웠다. 점, 선분, 직선, 원, 평행선 등등의 개념을 배웠다. 삼각자와 콤파스를 들고 배운 도형을 그려보기도 하고, 머리 속으로 수많은 가상의 선들과 도형들을 만들면서 그 완벽함에 아름답다고 느끼기도 했었다.

도형 문제는 몇 개의 힌트를 주고 각이나 길이를 맞추는 식이었다. 예를 들면 삼각형의 두 각의 크기를 알려 주고 나머지 각의 크기를 알아내는 쉬운 문제부터 전혀 그 관련성을 찾기 힘든 몇 안 되는 단서로 엉뚱한 각이나 길이를 맞추는 문제까지 있었다. 답은 계산을 통해 얻어질 수 있었고 그 과정이 굉장히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문제에 답은 있었다.

의과대학을 다니던 시절, 인체의 신비를 정확한 공식으로 예측하고 싶다는 포부가 생기기 시작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던 시절이었다. 물론 곧 그 생각은 실현되기 굉장히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됐다.

세상을 살면서 완벽한 직선이나, 영원히 만나지 않는 평행선이나, 완벽한 대칭과 같은 것들을 아직까지는 만나지 못했다. 더구나 세상에서 만나는 문제들은 단순해 보이는 것들도 어떤 공식을 적용해야 할 지의 판단조차 쉽게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우연히 서점에서 접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는 소설이 있다. 예순네 살의 박사는 수학 이론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 교수였는데, 마흔 일곱 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다. 그 후 박사의 기억은 80분을 넘지 못한다.


그는 수학 잡지의 현상 문제에 응모하면서 살아가는데 수학에 대한 기억만큼은 계속 유지된다. 역설적으로 박사는 수학의 세계에만 빠져 있을 수 있는 조건을 완벽히 갖게 된다. 박사에게 열 번째 파출부가 새로 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박사는 열 번째 파출부를 만나는 첫날부터 숫자의 비밀을 얘기하기 시작한다.

완벽한 수의 세계를 살아가는 박사와 허접스러운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파출부. 두 사람은 재미있는 여러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며, 이야기는 잔잔하게 흘러간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간다.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완벽은 어떤 의미일까?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이기 위해 완벽할 필요가 있을까? 둘의 조합은 원래부터 어울리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세상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들 중에 안타까움에 눈물이 날 정도로 불완전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름다움에 매달려 살다가 흐트러져 버린 삶은 또 얼마나 많은가?

현실은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을 바라보지 않으며 살아가는 현실은 구차해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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