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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2

아름답게 보이는 것과 아름다운 것은 같은가

  2014-12-12 16:59     김준호     1613 Views   
이 글을 쓰는 어느 오전.

서울에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나는 빗소리를 좋아한다. 내가 듣고 있는 빗소리가, 사실은 내 몸에 닿는 그 순간에 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빗방울이 아무리 굵어도 하늘 끝에서 땅까지 날아오는 동안에는 소리가 없다. 세상의 수많은 감정의 굴곡들이 우주 전파처럼 무수히 내 주변을 날아다니지만 그 중 수억만 분의 일만이 나에게 닿아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닌지…

삶이 복잡하게 꼬여 있을 때면 모든 것을 머리 속에서 지우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물론 그러지 못하지만 삶이 쌓여갈수록 무지의 행복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된다. 너무나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그래서 필요 이상의 것을 알고 살아가고 있다.


삶은 늘 그런 식이었다. 적당한 경우는 없다. 언젠가는 너무 모자라고, 그러다가 불현듯 너무나 넘치고. 이런 과정들이 감각들을 무디게 하고 지치게 한다.


주제 사라마구 라는 포르투갈 사람이 쓴 ‘눈 먼 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이 있다.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실명(失明)이 온 도시, 온 나라로 퍼져 나가 모두가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실명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얼마나 원초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행동들의 근거가 얼마나 빈약하고 터무니 없는지를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실명은 백색 실명으로 묘사되고 있다. 외부에서 안구로 들어오는 빛을 망막을 통해서 뇌가 알게 되는 감각이 시각이라고 볼 때, 실명은 빛과 사람 사이의 단절이다.

따라서 실명은 모든 빛이 소멸되어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 밝아서 감각이 마비된 상태로서의 실명인 백색 실명이라는 것은 어쩌면 모순일 수 있다.

빛과 사람 사이의 단절이 아니고, 쏟아져 들어오는 너무나 많은 빛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를 묘사한 것은 아닐까.

다시 말해 볼 수 없는 것이 아니고 보이는 것들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보이는 것은 믿어도 될까? 성형외과 의사로서 아주 불경스러운 생각이지만, 가끔은 아름답게 보이는 것과 정말 아름다운 것이 과연 같은가라는 생각을 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 알면 보이나니 / 그때에 보이는 것은 / 전과 같지 않으리라(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조선 정조 때 유한준이라는 분이 남겼다고 하는데 우리 집 거실에 걸려있는 글이다.

사물이나 타인을 대할 때, 우리는 보고 난 뒤 알게 되고 그 후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이 조상님은 사고의 순서가 다른 것 같다. 사랑하고, 알고, 그리고 본다.

우린 너무 많은 것을 보려 하고, 알려고 한다. 사랑하는 만큼만 알자. 아니 어차피 마음을 다해 사랑하지 않으면 어느 것 하나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을 본 적은 있는지, 알기는 하는지 나 자신에게 물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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